사대문 도심개발 기대감…종묘 앞 세운지구 오피스 30층 이상 가능

입력 2023-05-22 18:27   수정 2023-05-23 01:32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 개발사업에서 문화재로 인한 갈등은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개발할 땅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인근 문화재나 땅속 문화재 등으로 인해 인허가가 불발하거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재 인근 지역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개발을 추진해야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산에 발목잡힌 세운지구
문화재 관련 개발 규제는 크게 사대문, 종묘 같은 지상문화재와 땅속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로 구분된다. 서울시는 우선 도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문화재 주변 100m에 지정하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도심은 사대문 등 국가 지정문화재가 몰려 있어 상업지역임에도 효율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와 종로구에 걸쳐 지정된 도심 재개발 사업지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44만㎡)가 대표적이다. 세운4구역은 2009년 높이 122.3m(최고 36층) 복합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세워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했으나 문화재청 심의에 막혀 장기간 표류했다. 세운4구역 북측에 있는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종묘 문화경관을 고려해 높이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문화재위원회는 10여 차례 심의 끝에 세운4구역의 건축물 높이 계획을 종로변 기준 52.6m, 최고 71.9m로 낮췄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낮아진 높이 규제를 적용해 2018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인근 세운2구역도 건물을 55m 이상으로 지으려면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 도시계획조례상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 상한선이 800%에 달하는데도 저층 아파트(2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는 높이 상한이 적용되는 셈이다. 서울에는 탑골공원 주변뿐 아니라 사직단 덕수궁 환구단 이화장 등 문화재로 인해 개발되지 않아 낙후된 곳이 즐비하다.

서울시는 도심 개발 활성화와 건축물 높이 완화로 오 시장이 내세운 ‘녹지생태도심 전략’도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높이 규제를 완화하고 건폐율을 낮춰 고밀 개발을 유도하는 동시에 줄어든 건폐율을 활용해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존 vs 재산권…위헌소송까지 격화
업계에서는 문화재청과의 협의 여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례를 개정할 때는 문화재청장과 협의해야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개정에 동의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화재 주변 개발에 대한 제한이 법에서 정한 문화재청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이란 주장도 나온다. 세운지구 중 종묘와 가장 가까운 4구역은 종묘에서 거리가 170m가량이어서 문화재위 심의 대상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100m를 벗어나 있다.

송파구는 지난 2월 “문화재청이 수립한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이 자치 권한을 침해했다”며 3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구청장이 요청한 면담을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종합계획 수립 때 제출한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지자체의 사무 처리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했을 뿐 아니라 풍납토성특별법에 의한 ‘상호 협력·협의 권한’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의 특성상 문화재가 광범위한 면적에 자리 잡고 있다”며 “문화재 보존뿐 아니라 시민 재산권과 도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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